황산덕, 法哲學入門, 박영사, 1964(초판), 1970(5판)[1]
머릿말
본서는 1961년에 학생들을 위하여 출간한 『현대법철학입문』을 개필한 것이다. 전저에 대하여는 약간 간략하다는 불평이 학생들로부터 있었으므로, 시간이 있는대로 조금씩 가필을 하였던 것인데, 이제 그것을 출판에 붙이기 위하여 정리하고 보니, 분량도 많아졌을 뿐만이 아니라, 현대의 법철학 이전의 부분이 참으로 막대하게 많아이었으므로, 본서는 『현대』라는 명칭을 떼어버리고 그저 『법철학입이라고 개칭하기로 한 것이다. 한 사람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하여는, 그 사람이 발표한 저서만을 가지고는 불충분하고, 그 사상가의 인품이라든가 시대적인 환경 같은 것도 아울러 고찰할 필요가 있는 것인데, 본서에서는 이러한 점에 특히 유의하였다. 본서의 특징이라고 하면 이점 하나만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하여 저자는 「럿쎌」(Bertrand Russel)의 『서양철학사』에서 많은 교시를 받았다. 이 밖의 본서의 특징에 관하여는 『현대법철학입문』의 「머릿말」이 잘 말하여주고 있으므로, 여기에 그것을 그대로 전재하기로 한다.
본서의 출판을 허락해 주신 박영사의 안한옥사장과 편집부원 일돌 그리고 교정의 일을 맏아준 법과대학생 황영준에 감사한다.
1964년 4월 5일
석우(石隅) 식
「현대법철학입문」머릿말
1959년도와 60년도의 법철학 강의시간에 법과대학생들에게 말한 내용을 정리하여, 일반독자의 참고로 삼도록 하기 위하여, 꾸며놓은 것이 이 책이다. 이것은 물론 강의를 들은 학생의 기억을 새롭게 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지만, 그러나 이 책의 지접적인 대상은 일반독서인이다.
나는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현대법철학의 가장 주요한 특색을 나타내는 말로서 「법 - 권리 - 질서」라는 표식을 일러주었다. 법철학상의 근본문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항상,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하나에 귀착되는 것이지만, 그러나 이 법을 어떨게 보는가는 시대에 따라 그 각도가 같지 않았다. 특히 그 법을 정의의 문제와 관련시킬 때에는 그러하였다. 이리하여 전근대사회에서는 자연적인 「법」에 치중하여, 그리고 근대사회에서는 자연적인 「권리」에 치중하여 이 문제를 생각하였으며, 그리고 오늘날에 있어서는 자연적인 「질서」에 중점을 두고서 법철학상의 문제를 처리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법과 권리와 질서가 각각 그 실체를 달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것을 파악하는 사람의 태도가 시대를 따라 이와같이 그 각도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특히 「권리에서 질서에로」러눈 표식은 현대의 법사상을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관건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과연 제2공화국헌법 제13조2항에 -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 「민주적기본질서」라는 말이 사용되었지만, 「기본권」의 보장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던 근대국가의 헌법이 어째서 「기본질서」라는 개념을 중첩적으로 앞에 내세우지 않으면 아니되었던가, 이것은 「권리에서 질서에로」라는 표식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파악될 수 없는 것이지만, 현대에 있어서의 법철학상의 모든 고민은, 가장 본질적으로는, 이 하나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이다.
물론 현대법철학에는 해결해야 할 허다한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그러나 그 가장 본질적인 난관은 「기본질서」의 개념규정에 있는 것이 므로, 따라서 여기에서는 이 문제를 중심으로 해서 현대법철학에로의 길 인도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우리나라 지식인들에게 제2공화의 특징을 이해하는데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가 되는 것이다.
대개 대학에서의 강의는 1주2회씩 10주간의 강의로 끝나는 것이므로, 강의의 재생이나 다름없는 이 책도 10장으로 편성되었다. 다만 9장의 부분만은 강의시간에 충분히 말하지 못한 것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상당한 보필을 하였다. 그리고 인용에 있어서는 물론 정규적문헌을 위주로 하였지만, 그러나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우리나라의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하도록 힘을 썼다.
책의 출간을 허락해주신 안한옥사장에게 감사를 드린다.
1961년 1월 20일
서울대학교연구실에서
석우(石隅)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