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지, 아! 이 난감한 녀석을 어쩌란 말인가
[책이 사는 이상한 나라. 9] 띠지, 아! 이 난감한 녀석을 어쩌란 말인가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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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둘러싼 띠지에 대한 생각은 늘 모순적이다. 왜 이런 거추장스러운 걸 만들어서 종이를 낭비하는 걸까? 하지만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버릴 수가 없다. 오랫동안 책의 일부분이었으니 뭔가 내가 미쳐 깨닫지 못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한편으론 이 띠지 자체도 언젠간 큰 가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 없는 기대도 해본다. 그래서 난 띠지를 고이 접어 책갈피로 사용한다. 책을 다 읽으면 접힌 띠지를 펴 처음 그 모습 그대로 다시 감싼다. 어쩌면 일종의 강박일수도 있겠다. 고백하자면 버리지 못하는 남자의 찌질한 실체다.
그런데 이 띠지라는 것은 언제, 왜 생긴 걸까? 출판계는 늘 힘들다고 하고 점점 더 악화되어 가는 모습인데,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만드는 이유는 뭘까? 마치 선물 포장을 하는 것처럼 독자에게 포장지를 뜯는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기 위해서일까?
이제는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띠지
거의 대부분의 책이 띠지를 두르고 출간된다. 그 모양 또한 천차만별인데 책의 끝자락에 살며시 포개어져 강조하고자 하는 책의 홍보문구를 담는 일반적인 띠지에서부터 책 표지의 절반 이상을 덮어 디자인적 요소로 사용되는 띠지까지 각양각색이다. 그렇다면 이런 띠지는 왜 생겼을까? 여러 가지 설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책의 표지 디자인을 망치는 광고문구, 예를 들어 무슨 무슨 상 수상, 외국 베스트셀러 순위 1위 등의 카피를 띠지에 대신 넣기 위해서다.
한 편집자에 따르면 “나중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무슨 상을 수상하면(예를 들면 OO선정도서 등) 표지를 수정해서 넣을 수 없으니 띠지만 추가로 제작해서 넣는 거죠.”라고 1차원적인 사용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편집자는 “외서의 경우 저자 사진이나 미디어 추천 유명인사의 얼굴을 사용하려고 띠지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자사진을 넣으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초상권 문제 등 귀찮은 일이 많은데 띠지에는 이 초상권 문제가 적용 되지 않아요.” 라며 “예를 들어 해외 책 중에 오프라 윈프리가 북클럽에서 추천을 했을 때, 오프라 윈프리 사진을 띠지에 넣고 '오프라 윈프리가 추천한 책!'이라고 문구를 넣어 홍보할 수 있는 거죠. 오프라 윈프리가 저자는 아니니 표지에 넣기는 좀 그렇고 초상권 문제도 있고. 이럴 때 띠지에 넣어요. 그리고 문제되면 띠지를 없애면 되니 간단하고요.” 라고 더 깊은 속내를 밝혔다.(띠지의 초상권에 대한 문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저마다의 주장이 다르기 때문)
이처럼 띠지라는 것이 처음에는 신선한 아이디어였을 것 같다. 표지 디자인도 살리고 출판사가 원하는 바를 강조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또 독자입장에서도 그것이 특별해 보였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띠지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
띠지의 효능을 눈치챈 출판사들은 너도나도 띠지를 두르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쩌면 부담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하고 있는데 나 혼자 안 하기가 불안하다. 독자들 역시 이제는 띠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띠지가 없는 책은 왠지 부실해 보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A편집자는 “출판계가 어려워서 띠지를 안 만들고 간소하게 책을 만드는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더 어려울수록 광고에 기대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 제작할 수밖에 없어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물류비, 창고비, 광고비가 부담스럽지 띠지 제작비가 아깝지는 않아요. 한 권이라도 더 팔아야죠.” 라며 책만 팔린다면 그깟 푼돈 아깝지 않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띠지에 들어가는 경제적 부담은 크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띠지 나름이지만 일단 사람이 접어야 해서, 인권비가 포함된 비용으로 1권당 50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띠지 자체는 저렴한 종이로 제작돼서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B편집자는 “편집자 입장에서는 띠지 제작이 싫을 때도 있어요. 거기에 들어가는 온갖 자극적인 문구를 써야 하니까 일이 늘어나서 싫죠. 그리고 다들 버리는 종이조각에 돈을 써가며 만들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다고 안 만들자니 아쉽고.” 라고 띠지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고백한다.
띠지는 이제 당연히 해야 하는 필수 옵션이 되었다. 어쩌면 누군가 우리 모두 띠지를 제작하지 말자고 나서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편집자가 이런 고백을 했다. “띠지의 유용함이 있지만 종이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만들지 않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라고.
하지만 띠지가 적극적으로 디자인으로 활용되고 있는 요즘 그런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들어 보인다. 책을 파는데 있어 내용만큼이나 또는 내용 이상